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떠나기가 망설여지는 요즘, 여행자의 마음을 가뿐하게 해줄 안전한 도시들.
 

일본 오사카┃비즈니스맨의 낮과 밤

오사카의 밤은 낮보다 눈부시다. 워낙 화려하고 소란스런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해서인지 어딜 가나 쏟아지는 인파의 수준이 한낮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사람들은 늦은 밤에도 걱정 없이 홀로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고, 거리의 불빛은 새벽까지 환하다. 카페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 테이블에 소지품을 놓고 다니는 것에도 익숙하다. 오사카는 치안 상태 좋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의 안전을 책임지는 도시다. 이에 관해 신뢰할 만한 통계가 있다. 바로 지난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 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안전한 도시’ 순위다. 세계 주요 도시의 디지털 보안, 평균 수명, 인프라 안전, 개인 안전 등 무려 44개 부문을 총체적으로 연구 분석한 결과인데, 오사카는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는 도쿄지만 오사카가 개인 안전 부문에선 도쿄를 앞섰 (일본은 종합 5위 안에 2개 도시의 이름을 올린 유일한 국가다). 일본의 전통적인 상업 중심지라 평소에도 늦은 시간까지 비즈니스맨이 거리를 활보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낯선 이들에게도 호의적인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다. 거리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방범 카메라를 증설하는 등 지난 10여 년간 시 정부와 지역 상인들이 함께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스위스 취리히┃안전의 정석

국제 금융의 중심지란 타이틀은 은행 수만 많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취리히는 그야말로 안전의 정석 같은 도시다.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높은 소득 수준을 자랑하는 도시인 만큼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매년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실제 도시 범죄자의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범죄율이 낮고, 잘 구축된 의료 및 교육 서비스와 교통 시스템, 주택 수준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워낙 인구 밀도가 낮은 덕분에 경찰 1인당 책임져야 하는 인구 수가 적은 것도 큰 장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가 발표한 ‘세계 주요 도시 주재원 삶의 질’ 조사에서 2위에 오른 건 그 때문이다. 전 세계 440여 도시의 정치적 안정성과 범죄율, 의료 서비스의 수준, 교통 및 주거 환경, 대기 오염 정도 등 총 39개 항목을 비교 평가한 결과다(국내 도시의 경우 서울과 부산, 충남 천안이 각각 72위와 90위, 98위를 기록했다). 한편 EIU의 ‘안전한 도시’ 순위에서는 종합 7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건물과 도로의 안전 및 도시 재해에 대한 회복력을 조사한 인프라 안전 부문에선 독보적인 1위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점이 있다면 세계 71개 주요 도시 중 물가 순위 역시 독보적인 1위라는 사실. 요즘처럼 흉흉한 시대에 언제나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안전이겠지만, 비슷비슷하게 치안 좋은 도시들 사이에서 열심히 예산을 저울질해야 할 여행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스웨덴 스톡홀름┃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그 이름만으로도 여행자에게 막연한 신뢰를 주는 도시가 있다. 치안 유지 잘되고 복지 수준 높은 북유럽의 대표적 여행지들, 이를테면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이 그렇다. 주요 외신들이 “새벽에 혼자 돌아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앞다퉈 보도할 만큼 치안에 특화돼 있는 곳. 아시아권 도시가 주요 순위를 휩쓸어버린 EIU의 ‘안전한 도시’ 순위에서 개인 안전 부문 5위 안에 오른 유일한 유럽 도시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범죄율이 낮은 데다 교통 안전 지수가 높고 도시 중심부에 거대한 녹지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어, 특히 아이를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으로도 평판이 자자하다. 자동차 의존을 줄이고 자전거와 도보 생활을 활성화시켜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한 덕이 크다. 사실 스톡홀름은 치안뿐 아니라 ‘삶의 질’ 측면에서도 늘 남다른 우위를 점해왔다. 지난해 영국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6위에 오른 것을 포함해 매년 안전한 여행지 순위에 빠짐없이 거론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역시 개인의 삶이 윤택해야 공공의 일상도 윤택해지는 법이다.

 

캐나다 토론토┃이민자들의 수도

다양한 이민자 사회가 공존하는 캐나다의 경제 및 금융 중심지, 토론토는 북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전 세계 이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캐나다 금융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가능 자산을 보유한 토론토 부유층 가운데 48퍼센트가 이민자 혹은 이민자 2세대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민자가 살기 좋은 환경은 여행자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에서 유독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다민족에 개방적인 사고방식 덕분에 다른 북미 지역에 비해 인종차별이 덜하고 좀 더 수월하게 현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제인 & 핀치Jane & Finch 지역과 TTC 셔번TTC Sherbourn 역 일대 등 몇몇 우범지대에서는 야간 통행을 되도록 삼가는 편이 좋다. 토론토는 EIU의 ‘안전한 도시’ 순위에서 북미 지역 최고인 종합 8위에 올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ECA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했는데, 낮은 범죄율과 의료 시설을 포함한 전반적 사회기반시설 부문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호주 시드니┃견고한 지역 커뮤니티

소도시나 농촌 마을에선 지역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딜 가든 뭘 하든, 늘 주변에 눈과 귀가 많아 말이나 행동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호주에서 가장큰 도시지만 시드니의 특징도 이와 같다. 지역 여행사 마이 디투어My Detour의 오너인 리처드 그레이엄Richard Graham이 꼽은 이곳의 장점은 ‘서로를 돌보는 커뮤니티’. 소문이 쉽고 빨리 퍼진다는 게 현대사회에서 늘 장점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낯선 도시를 탐험하는 여행자에겐 그 어떤 안전 지표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의심스러운 인물이나 위험 요소에 대처하는 물샐틈없이 견고한 수비는 지역사회뿐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한층 안전한 느낌을 부여한다. 최근 걷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시작한 도보 개선 사업 역시 도보 여행자의 안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시드니는 지난해 말 글로벌 컨설팅 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관광객이 방문하고 싶은 도시, 기업가가 사업하고 싶은 도시, 투자자가 투자하고 싶은 도시’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단, 최근 호주에서 사이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니 장기간 여행할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