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해나갈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품었던 미래의 꿈은 그저 돈이라는 만능 물질을 풍요롭게 축적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영원이라는 말의 달콤함은 찰나와도 같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렇게 나는 중심을 잃고 부유하며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스스로 채운 ‘실패자’라는 사슬을 끊기 위해 작은 똑딱이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무심코 거리로 나갔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장 한 장 세상과 조우하며 그곳에서의 혼란스러운 생각의 틀을 조금씩 맞춰나갔다. 그렇게 바라본 세상은 물질의 풍요보다는 감정의 풍요를 채워주기 위한 따뜻한 곳이 되어갔다. 나 자신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고, 언젠가부터 나는 사진이라는 수렁에 점염되어 가며 깊이,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아, 나는 왜 여태 이런 맛을 모르고 살았을까.’
불러주는 곳 하나 없고, 찾아주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이 세상에서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정지된 시간과 공간, 찰나의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 더 행복하고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사진은 즐거운 상상이다.’
아무도 손댈 수 없었던 머릿속 도화지 한 장. 그 텅 빈 바닥면은 마치 나의 내면과 같았다. 거기에 외로운 점 하나를 그려 넣으며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나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오직 사진에서만 가능했던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내가 오롯이 쓴 시나리오대로 연기하는 배우들을 만나면서 사진은 단순한 장비를 뛰어넘어 찍는 사람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는 이 작고 가벼운 카메라가 최고가 아닐까? 오직 이 생각 하나만을 가슴에 새기며 똑딱이 포토그래퍼의 길을 걸어왔다. 처음 사진을 배우던 시기에 만나서 이제는 사진을 가르치는 삶을 살게 해준 은인과 같은 작은 똑딱이 카메라. 안타깝게도 지금은 카메라 시장에서 똑딱이 카메라는 점점 더 사라지는 추세이며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다.

‘똑딱이 사진작가’에서 ‘스마트폰 사진작가’로의 변신은 나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도전이자 시작이었다. ‘스마트폰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뒤바뀌어 버린 나의 또 다른 이름과 같다. 어쩌면 바뀐 것이라고는 그저 손에 쥐고 있는 카메라라는 장비일 뿐이지 않을까.
앞으로 나에게는 상상한 대로 영화와 같은 멋진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기다린 만큼 더 훌륭한 주인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진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온 만큼 분명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부딪치며 얻어낸 사진에 대한 진리는 아직도 나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진은 이제 내 인생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그저 행복하다는 말밖에는 특별히 떠오르는 표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사진은 내 삶의 공간이자 상상의 날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