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전공이 무엇인가요?”이다.

 지금은 10년 동안 토이를 만들고 있지만, 대학교 때 전공은 화학이었다.

2004년 초, 처음으로 토이를 만들기 시작하고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트토이’라던가 ‘디자인토이’라는 말이 국내에서는 생소한 시절, 만드는 재료부터 하나하나의 과정들을 알아가는 것들 모두 힘든 과정이었고 토이를 만드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요즘은 아트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토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아트토이’는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을 해서 만들기 때문에 ‘아티스트토이’ 또는 ‘디자이너 토이’라는 말로 불리기 시작했다. 원작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없기 때문에 오리지널 디자인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대신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식되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 된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 아드만 스튜디오의 <월레스앤 그래밋>을 보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고 싶다는 생각으로 3D애니메이터로 일을 하게 됐고, 디자인토이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의 기초과정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토이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직접 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토이를 만들 때는 3D애니메이터와 겸업을 했는데, 2008년 ‘나이키 Dunke 23주년 기념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전업 토이 작가가 되었다. 이후 NBA뉴욕, 아드만 스튜디오, ZENITH, 아메바컬쳐, 네이버라인, VANS, CINELLI, PUMA, CONVERSE, MOTOROL 등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 중 NBA본사와의 콜라보레이션, 아드만스튜디오와의 나이키 영국 CF, 아메바컬쳐와의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먼저 NBA와의 협업은 원래 농구를 좋아한 탓에 박성균(aka, seman10cm)형님과 만들었던 덩키즈를 보고 NBA선수들을 아트토이 시리즈로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작업을 하게 됐는데, 처음으로 만든 대량 생산 피규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아드만 스튜디오와의 나이키 영국 CF작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비롯하여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월레스앤 그로밋>을 만든 회사로부터 받은 제안이라는 사실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 제안을 받은 후 메일이 왔을 때 가슴이 뛰면서 기뻤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는 다이나믹 듀오가 소속된 아메바컬쳐와의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신동진(GFX) 작가와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 첫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아트토이는 그 자체가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 혹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을 잘 진행하게 되면 프로젝트의 범위가 좀 더 넓어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다음은 없을 수도 있다.

 아트토이의 실제 작업들은 개인 작업이 베이스가 되고 그것과 관련된 콜라보레이션 작업의 제안이 오면 선택하는 편이다. 그런데 올 초, 10주년 전시를 기획하면서 지난 10년 동안의 고민들을 정리하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는 바로 “BREAK TIME, 브레이크타임”이라는 시리즈인데, 현재 진행 중인 토이 작업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하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떠올린 이미지가 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에 조형물로 설치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바람은 현실이 되어 서울문화재단과 에피케이스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브레이크타임 시리즈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브레이크 타임 시리즈를 접하는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상을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