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으로서 지난 한 세기 동안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는 단연 세계화(Globalisation)이다. 이는 외교 인력에 기존의 전통과 국경을 뛰어넘는 비공식, 그리고 비정부 네트워크 속에서의 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덴마크 완구 브랜드 레고(LEGO)와 동화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한국에서의 인기부터 덴마크 내 삼성전자 제품들의 높은 선호도까지, 실생활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례들은 실로 세계화를 체감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세계화의 구태의연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세계화는 전통적으로 비교 우위와 국제적 거래비용 절감 등, 경제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늘날은 1990년대에 시작된 세계화의 “제3의 물결(third wave)”로, 21세기의 세계화는 비교 우위 등 경제적 교류와 기술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무역과 국제투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가능해진 강력한 연결망과 지식공유, 흥미진진하고 획기적인 과학의 진보, 기술적 발전 등을 기반으로 세계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이야기 또한 내포하고 있다.

장기적이고 세대 간의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인 모두, 혹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세계화와 긍정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전과 비교하면 세계는 상당히 번영했고, 대다수의 일반적인 건강 상태도 증진되었고, 절대빈곤층과 경제적 불평등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1890년대나 심지어 1990년대와 비교해 봐도 세계는 삶의 질, 노동조건, 건강, 교육, 인권 등의 면에서 먼길을 왔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계화의 이점(benefits of globalisation)에 관해서는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세계화의 이점을 만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세계화와 기술 발전은 함께 상호작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세계화와 기술적 발전은 둘 다 새로운 부(富)와 번영을 창출하는 반면, 기존의 노동시장과 경제와 사회 전반, 그리고 국제관계에 혼란을 일으켜 개인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및 사회에 상당한 스트레스와 무질서를 야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세계화의 경제적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국가들이 잔존하고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세계화로 인해 국제적 접근이 필요한 새로운 도전들이 생긴 것 또한 사실이다. 글로벌 이동성의 증가는 이제 질병이 더 큰 강도로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 걸친 공중보건과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천연자원의 고갈, 환경파괴, 기후변화, 그리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는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울러 세계화는 국제 테러와 갈등의 범위와 강도를 높여 세계 빈곤과 인권 학대의 난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화의 다양한 면모는 국내 및 국제적인 정치적 논점에 영향을 미치고, 장차 세계화가 나아갈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는 하나가 되어 인류로서 우리 모두가 직면한 과제들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는 국제무역과 투자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인 장·단기 이익을 조정하면서 국가와 시민 간의 포괄적이고 공정한 이익 분배를 촉진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국가 간 대화와 협력,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개발 원조가 증대되어 세계화의 이점을 아직 접하지 못한 국가들이 그로 인한 지속적인 경제적, 사회적인 변화에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이 새로운 체계의 ‘승자’는 기존과는 다른 규정을 신속히 이해하고 그것에 효율적으로 맞추는 이들이 될 것으로, 우리는 하나의 인류로서 진일보를 위해 홀로 뒤에 남겨지는 이가 없도록 신경써야 할 것이다.

*1965년 덴마크 헬러롭(Hellerup) 출생. 코펜하겐대학(University of Copenhagen)에서 석사 학위 수료(1992). 덴마크 외교부에서 주아일랜드덴마크대사관 공관차석(1996-1996), 주스웨덴덴마크대사관 공관차석(2003~2007) 등을 역임. 現 주한 덴마크대사(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