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 좋게도 어릴 때부터 음악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부모님은 대학 시절 좁은 집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셨는데, 집안에는 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인지 음악가라면 으레 연습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10살 무렵 본격적으로 첼로를 연주하면서 꾸준한 연습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천성적으로 약간 느긋하고 낙천적이다. 그런 나에게 첼로 연주는 가장 쉬운 일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첼로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년간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며 내면의 만족도 높아졌다. 심지어는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점점 더 많은 걸 원하면서 음악 여정에 놓인 다른 장애물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많은 의문을 품지 않고서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또 지난날들이 얼마나 멋진 시간이었는지 반추해본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은 나에게 음악과의 만남을 선물했다. 전 세계로 연주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이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는 친구가 되었다. 음악은 나에게 사랑하는 아내와 훌륭한 친구를 선물한 것이다. 이 모든 선물은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글을 시작하며 언급한 인생의 단면들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누구나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힘든 시기도 오고, 회의감도 든다. 나이가 들수록 내 삶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등의 거창한 질문만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질문, 약간 부족하거나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도 모두 가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에 깊이 몰두할수록 더 많은 물음표가 나를 따라다녔고, 죽을 때까지 그것에 모두 답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터널 끝에서 나오는 불빛에 도달할 순 없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나에겐 행운이었고, 무수한 질문들은 삶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여전히 삶에서 각자의 자리를 찾고 있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음악가로서의 삶은 실존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진정한 음악가가 될 수 없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창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결정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물어보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다!” 누구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나오는 이 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독일어에는 “wer, wie, was, wieso, weshalb, warum(누가, 어떻게, 무엇을, 어째서, 무슨 이유로, 왜)”과 같은 단어가 유독 많은데, 독일어의 특징일 수도 있다. 모든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본 태도였다. 독일에서는 아이들에게 질문하도록 허락해주고, 또 적극적으로 질문할 것을 요구한다. 현자들은 인류의 위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 질문과 대답은 오늘날 지식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나는 이러한 문화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질문이 일상적이지 않은 문화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캐묻고 싶은 호기심과 충동을 거세하고 배제하는 문화를.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선물이며 이러한 특권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다면 질문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관심을 드러내는 행위이며 적극적인 태도로 연결된다. 여기서 물음표를 대체할 만한 문장부호는 없다. 세상에는 각기 다른 다양한 언어가 있지만 대개 의문문은 비슷하게 들린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의문문은 일종의 열린 불완전 박으로 끝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은 뭔가를 시작하는 행위이며 거기에는 늘 대답이 따르기에 상호작용이다.

나는 열여덟 살 무렵 인생에서 처음으로 위기를 맞았다. 첼로 연주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대체 왜 여기서 이것을 하고 있을까?’, ‘과연 내가 원하던 것일까?’, ‘내 인생의 길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물론 이는 일종의 사치일 수도 있다. 이런 질문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곳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타인이 내 삶을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한 사회는 개인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하나의 시스템, 전통과 공동체가 개개인에게 족쇄가 되어 중요한 질문도 못 하게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왜 사람들은 질문하지 않는지’ 문제 삼는 것도 힘들어진다. 회의(懷疑) 그 자체는 고귀하지만, 자신에 대한 회의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회의를 품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하나의 기회가 된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실패의 경험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을지 질문하는 것은 자신과의 좋은 만남의 기회가 된다.

당시 구스타프 리비니우스(Gustav Rivinius) 교수님은 나에게 첼로 없이 수업에 참석하라고 하셨고, 나는 교수님과 그냥 대화만 나눴다. 그는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하셨다. 하나의 질문은 다음 질문을 가져오며 이는 삶의 끝없는 만남으로 이어진다. 자신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는 것은 큰 선물이다. 음악에서든 다른 분야에서든 질문하며 사는 삶이란 지상을 넘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질문에 답하기에는 인생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하나의 축복이다. 질문과 함께하는 여정은 끝나지 않고, 늘 새로운 추동력과 에너지로 가득 차게 만든다. 그런 인생이야말로 정말 멋지지 않은가.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생.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미하엘 잔데를링(Michael Sanderling)을 사사.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단원(2008~2012). 라인가우 페스티벌,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페스티벌, 베르비에 페스티벌, 평창 겨울음악축제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