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을 만나다!!





녀석들을 만나려면 과거 7000만 년 전 거대한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남극 꼭짓점에 홀로 있는 대륙으로 가야만 했다. 타원형의 이 대륙은 평균 2000미터의 얼음으로 덮여 있고, 척박한 기후로 동식물의 생존이 불가능 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대륙을 감싸고 있는 바다는 비옥하다. 그런 이유로 먹이를 바다에서 구하는 동물만이 살고 있다. 그곳에 황제펭귄들이 있다. 내륙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하기도 한다. 1983년 7월1일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에선 영하 89.2℃가 관측됐다. 겨울철 평균기온은 영하 40℃에서 영하 70℃를 유지한다. 겨울철 평균시속은 64㎞정도지만, 찬 공기가 위로 올랐다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카타바틱이 불면 상상을 초월하는 바람이 분다. 남극대륙은 상상과는 달리 사막보다 건조하다. 연평균 강수량은 남극고원의 경우 50㎜정도를 기록하고, 쌓인 눈이 햇빛을 반사하고 수증기가 낮아 기온은 더욱 저하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끔찍한 한겨울, 유일하게 녀석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
녀석들을 만나려면 가장 먼저 호주극지연구소의 허가가 필요하다. 방문허가를 얻기 위해 십여 개월 정성을 다해 방문목적을 성실히 알리고, 더불어 극지연구개발비를 기부하니 호주극지연구소의 허락이 떨어졌다. 호주가 운영하는 모슨기지에서 월동하는 대원과 동일한 조건하에 생활하기로 했다. 아주 까다로운 건강진단을 통과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녀석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힘든 과정은 모두 잊을 수 있었다. 통과하기 가장 험하다는 드레이크해협을 쇄빙선으로 건너고 모슨기지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수차례 필드트레이닝을 받고 또 다른 허가를 기다렸고, 바다가 60㎝ 두께로 얼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녀석들은 드넓은 바다가 단단히 얼어 땅처럼 바뀌면 자유롭게 번식지를 정하는데, 매년 같은 장소를 택하는 건 아니다. 때문에 오랜 시간 준비하더라도 그들을 만나는 건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다. 간절한 바람을 품은 첫 방문에서 녀석들을 만난 건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아있다. 고등생물은 우주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듯 느껴졌고, 가끔은 ‘말을 걸어오면 어쩌나, 녀석들의 언어를 배워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녀석들 사이에서는 수컷에 대한 대접이 다른데, 알을 품는 것은 전적으로 수컷의 몫이기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건강한 암컷들이 수컷을 유혹하면 그중 적당한 암컷을 골라 부부의 연을 맺는다. 서둘러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암컷은 떨어진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얼지 않은 먼 바다로 떠나고, 알은 자연스레 수컷에게 주어진다. 수컷은 혹독한 겨울동안 조심스레 알을 발등에 올린 채 이겨낸다. 부화하기 좋은 온기를 유지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견디는 것이다. 위속엔 태어날 새끼에게 줄 첫 먹이, 즉 지난여름 삼켰던 크릴, 생선, 오징어를 담은 채 웅크리고 버틴다.
녀석들은 사람보다 위대해 보였다. 악랄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감싸고, 안쪽에 자리 잡아 몸이 따뜻해진 녀석은 밖으로 나오고 밖에서 바람을 막느라 체온이 내려간 녀석들은 안으로 넣어준다. 암놈과 수놈은 백여 킬로를 터벅터벅 걸어서 바다로 가고, 먹이를 담아와 새끼들에게 먹인다.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새끼를 키워야 하기에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잠시 마주치고 눈빛을 전달하며 소리 내어 서로를 확인하는 울음을 내고 나면 서둘러 바다로 떠나야 한다. 새끼들도 빨리 성장하기 위해 부모를 재촉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배를 채우게 된다. 이처럼 고작 몇 개월 만에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놀라움과 연민이 느껴졌다.
다시 바다가 녹기 시작하면 녀석들과 헤어져야만 했다. 함께한 삼백일은 한 인간의 성장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녀석들과 헤어지며 이제 막 털갈이를 시작한 새끼펭귄들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바다로 떠난 부모를 뒤로하고, 녀석들은 한 번도 본적 없는 바다로 나아가 스스로 사냥을 하고 세상을 배워나가야 한다. 방향은 단지 본능에 따를 뿐이다.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닫으며 모두 무사히 바다를 만나서 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우리가 황제펭귄들과 생활하며 숨 쉬느라 남겼을 호흡 하나라도 그들에게 나쁜 영향이 없었으면 한다. 그들은 남극대륙의 주인으로 영원해야 하기에 다시는 그들과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혹여 내가 가진 불량함이 그들에게 남지 않길 깊이 바라고 있다.


*드라마 <어사 박문수>(2002)로 데뷔. 그리메상 드라마부문 특별상(2008),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방송영상 그랑프리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2010) 수상. 촬영 작품으로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남극의 눈물>, 드라마 <대장금><이산><해를 품은 달> 등.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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