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습격, 한국 안전지대 아니다

 국가 대응 체계 허술…잠복기 길어 국내 공항 검역 한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검역 시스템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뚫려 체면을 구겼다. 공기 감염이 아니어서 지구촌 전체로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던 에볼라가 아프리카를 떠나 미주·유럽 등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응이 충분하지 않으면 매주 약 1만명씩(현재 매주 약 1000명) 감염 환자가 발생해 연내 약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의 에볼라 감염자가 입국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국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측은 “에볼라 환자 발생에 대비해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을 마련하고 의료진 감염 방지를 위한 개인 보호구 상시 비축 및 에볼라 감염 관리 기본수칙 안내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14일 김해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승객들에 대한 발열검사를 하고 있다

“환자 발생 가상연습 한 병원 한 곳도 없어”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에볼라의 국내 유입을 막는 최전선은 공항이다. 공항검역소는 열화상 카메라로 입국자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상태질문서 등을 받는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에볼라의 잠복기가 최장 21일까지여서 입국 당시 발열 증상이 없을 수 있다. 한 열화상 카메라 전문가는 “열화상 카메라의 정확도는 높지만 형광등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발열 측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입국자가 지난 3주 동안 아프리카를 여행한 사실을 숨기고 검역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아프리카를 여행한 한 남성이 지난 9월 미국에 입국할 당시 발열 증상이 없었고 검역신고서도 거짓으로 작성했다. 이 남성은 결국 사망했고, 이 환자를 치료하던 간호사가 감염됐다. 미국은 열화상 카메라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난 3주 동안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에 대해 일일이 체온계를 사용하기로 했다.
    
 
감염자가 공항 검역을 통과한 후 발병한 사실이 밝혀지면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인 주의(yellow) 단계를 발동한다. 그 환자는 음압 시설이 있는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으로 후송된다. 음압시설은 공기압을 낮춰 병원균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병실이다. 해당 병원은 최고 비상 단계에 들어가고 위기대응팀을 구성한다.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면 방호복을 갖춰 입은 위기대응팀 의료진이 환자를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실로 옮긴다. 의료진은 환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하고 이를 질병관리본부로 보낸다. 결과가 나오는 동안 병원은 혈압 조절 및 체내 산소 유지와 감염 합병증에 대한 치료 등 만일의 사태에 준비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준비했다. 또 서울대병원·국립의료원·인천시의료원 등 전국 17개 의료기관을 입원치료 병원으로 지정하고 환자를 격리할 수 있는 544개 병상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17곳이 어느 병원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병원 환자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은 가이드 라인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 한 차례의 가상연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에볼라 의심 환자를 별도로 진단할 수 있는 진단실과 검사 장비를 해당 의료기관에 지원하고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연습을 하도록 관리·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에볼라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 음압시설에 격리하고 차도를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 처치 후 의료진이 방호복을 벗거나 소독할 수 있는 장비가 부족하고, 일반 환자와 외부인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독립된 병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국내 대기업 하청업체 소속 직원인 권 아무개씨(55)는 아프리카 가나의 건설 현장에서 6개월간 일하다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입국한 지 일주일이 지나 감기 증세를 보였다. 집에서 고열로 쓰려져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히 후송됐지만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권씨의 증세를 살폈던 병원 측은 말라리아를 의심하고 즉시 격리한 후 정밀조사를 벌여 말라리아로 최종 진단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양승조 새정치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가 증상(발열·두통·구토 등)을 최초 신고한 시각은 오후 6시17분이었지만 입원한 시각은 오후 7시58분이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학병원이 해당 환자가 에볼라 의심 환자인지를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하면서 환자가 병원 밖에 방치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아프리카 어느 국가를 다녀왔는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에볼라 발생 3개국 입국자 리스트에 없다는 이유로 일반 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이송 예정지였던 부산대병원은 에볼라 의심 환자라며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했다.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인 울산대학교 병원은 자신들이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상을 두고 있지 않다며 환자를 다시 부산대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또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에볼라 핫라인과 연결되지 않았다.
 
양 의원은 “초기 대응이 우왕좌왕하면서 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사망했다”며 “특히 에볼라 대응을 위한 핫라인이 제때 가동되지 않았고, 국가 지정 입원치료 병원은 자신들이 지정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진료를 거부한 것은 에볼라 대응 체계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 상황에 대해 부처 간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중고 선박 매매 상담차 입국한 라이베리아인 2명이 입국 직후 잠적해버린 일이 발생했다”며 “추후 이들을 격리 조치했고 다행히 감염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부처 간 업무 혼선과 비협조로 검역 관리에 구멍이 난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병원들, 환자 떠넘기며 우왕좌왕
10월20일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이 대거 참석하는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회의가 국내 에볼라 검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93개국에서 3000명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에는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나이지리아·세네갈·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약 176명이 참석할 것으로 17일 현재 알려졌다.
 
부산시와 보건복지부가 이목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회의 참가 국가 중 나이지리아·세네갈·콩고를 관리 대상 국가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는 에볼라 환자가 91명 발생해 51명이 사망(WHO10월5일 누적기준)했다. 관리 대상 국가 리스트에서 빠진 세 나라에서만 100여 명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셈이다. 회의 관람객은 6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일 에볼라 바이러스 보유자가 입국할 경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될 수도 있다. 제외한 3개국을 관리 대상국에 포함하고 관리 대상 국가 대표들이 입국할 때 발열 증상 기준(현 38도)을 낮춰 역학조사관 면접조사를 거쳐 입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볼라의 치사율은 현존하는 바이러스 중 가장 높은 70~90%에 이른다. 과거 신종플루 (치사율 0.003%)와 비교하면 그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 에볼라 감염자는 10월15일 기준 8914명, 사망자는 4447명으로 역대 최대 피해 규모다. 1976년 콩고 사태(감염자 602명,사망자 431명)와 비교해 10배 이상이다.
 
치사율 70% 넘지만 치료제는 없다
일반인도 알아둬야 할 에볼라 바이러스 Q&A
Q. 어떻게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나.
A. 감염된 사람의 혈액 또는 대변·소변·침·정자 같은 분비물이나 체액이 피부 상처 또는 점막을 통해 직접 접촉 시 감염된다. 에볼라 환자의 체액으로 오염된 옷·침구류, 감염된 바늘 등을 통해 건강한 사람의 점막, 피부 상처에 직접 접촉이 있을 경우에도 감염된다.
Q. 누가 가장 위험한가.
A. 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동안 의료진, 감염자와 직접 접촉이 있었던 자, 가족 구성원, 매장의식 중 사망자와 직접 접촉한 문상객 등에게 감염 위험이 크다.
Q. 감염 증상과 전형적 징후는 무엇인가.
A. 갑작스러운 발열, 전신 쇠약감, 근육통, 두통, 인후통 등이다. 이후 구토, 설사, 발진, 신부전, 간 기능 이상 및 체내외 출혈이 생긴다. 진단 검사상 백혈구, 혈소판 수 감소와 간 효소 수치 증가세를 보인다. 이 병은 실험실 검사를 통해서만 확진이 가능하다. 잠복기(감염 후 증상 시작 전)는 최소 2일에서 최대 21일이다. 잠복기 동안에는 전파되지 않는다.
Q. 언제 의료진을 찾아야 하는가.
A. 이 병의 발생지로 알려진 지역에 체류했거나 의심 또는 확진 환자와 접촉이 있으면서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의심 환자는 지체 없이 가까운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신속한 치료는 생존
율을 높이는 데 필수 요소다.
Q. 어떤 치료법이 있는가.
A. 치료제는 없다. 환자는 지지 치료(supportive care)를 받게 되는데, 자주 탈수되므로 전해질이 포함된 수액의 정맥관 투입 등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의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확진 또는 의심 환자는 다른 환자와 격리돼야 하고, 감염 예방 조치를 철저히 지킨 의료진에 의해 치료받아야 한다.
Q. 예방 백신은 있나.
A. 현재 연구 중이며 허가된 백신은 없다. 내년 초 사용을 목표로 세계 각국이 백신을 개발 중이고, 혈청을 이용한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출처]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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