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행복과의 만남 / 안톤 숄츠, 저널리스트

만남

행복과의 만남

안톤 숄츠(Anton Scholz), 저널리스트

요즘에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유럽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으며 우리의 현실도 확실치 않으니, 이런 국면에서 어떻게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행복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과의 만남’이 외부 상태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 우리 내면에서 느끼는 방식에 따르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삶의 열쇠다. 물론 우리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지만, 결국 삶 그 자체에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늘 자신이 무엇에 행복해하며 우리 삶의 여정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을 만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자면 나는 한 길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이다. 1994년 아시아에 온 이유는 선(善)의 실천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배우고 삶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이유로 몇 년간 한국과 일본의 불교 사찰에서 수행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만족스러운 삶에서 행복을 향해 갈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워 나갔다.
그러다 결국에는 승려가 되지 않고 세속적인 길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후로 나는 교수와 언론인을 거쳐 영상 제작자로도 활동하며 책을 쓰고 회사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그런 모습에 내가 걸어온 길이 꽤나 많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오로지 하나의 길만을 걷고 있었을 뿐이다. 그저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길’ 말이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인생은 빠르다. 매일이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 3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계적인 대유행병의 발발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불과 3개월 전에는 유럽 내에서 전면적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어날 것 같지 않던 두 가지 일이 모두 일어났고, 우리가 예상하든 그렇지 않든 죽음은 언제나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을 만나고 싶다면,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을 불확실한 어느 미래의 먼 날로 미루지 말고 지금 여기 있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행복을 만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쉬울 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 인식에 근거하여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행복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느끼는 저마다의 행복이 점차 줄어들면서 종종 우울함마저 느끼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한국에서 행복을 만난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행복이 정작 바로 눈앞에 있을 때조차 우리가 행복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일까?
1960년대 우크라이나 태생의 철학자 아브라함 카플란(Abraham Kaplan)을 통해 ‘술주정뱅이 수색의 원리(Principle of a drunkard’s search)’로 널리 알려진 100년 된 오랜 일화가 있다. 한 경찰관이 가로등 아래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술에 취한 한 남자를 보고 경찰관은 그 남자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묻는다. 술 취한 남자가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하자 경찰관은 친절하게 술 취한 사람을 돕기로 하고 둘은 함께 가로등 아래를 둘러본다. 몇 분 후, 경찰관은 그 남자에게 그가 이 장소에서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 정말 확실한지 물어본다. 그러자 그 술 취한 남자는 아니라고 대답하며 실제로 그는 다른 길가 어딘가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대답한다. 경찰이 그렇다면 왜 이곳을 찾느냐고 묻자 주정뱅이는 “여기가 더 밝다”고 답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만약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엉뚱한 곳에서 그저 편하게 찾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물건을 잃어버린 본래의 장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찾고 있는 것이 없는 곳에서 찾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사람들이 사회가 ‘올바른 장소’로 표시한 곳(명예, 부, 명성 등)에서 순수하게 행복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밝은 빛’이 있더라도 성공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는 끝없는 탐색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은 행복을 만나기 바라는 마음에서 미리 정해진 하나의 길을 절대 따르지 않고 오히려 행복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그 길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매우 다양한 일들을 해왔던 이유다. 여전히 내 앞에는 해야 할 일들과 새롭게 탐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저 마지막 날까지 행복을 만나는 시간이 충분하길 바란다.

*독일 함부르크 출생. 함부르크대학 한국학, 일본학 및 비교종교학 전공. 교수, 독일 공영방송 ARD 프로듀서·기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등으로 활동. 저서로는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