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대신 수첩 택한 박근혜 정부

 

DB 대신 수첩 택한 박근혜 정부

 
    고심 끝에 선택한 인사를 발표하지만, 며칠 못 가 언론을 통해 흠결이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 1년3개월 동안 빚어진 인사 참극의 법칙이다.

    현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핵심은 인사위원회다.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정무수석·민정수석·국정기획수석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검증 대상에 따라 분야별 수석이 추가되지만, 결국 김기춘 비서실장의 의향이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다.

    박근혜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인사 추천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이,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이 분담하도록 했다. 대통령에게 추천할 인사는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에서 최종 결정하는데, 여기에는 비서실장·정책실장·시민사회수석·민정수석·인사수석·홍보수석 등 6인이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도 추천 기능을 하는 인사기획관실을 따로 두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인사수석실과 인사기획관실이 폐지됐다. 인사 추천 과정이 폐쇄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커졌다.

 

 

   과거 정부가 구축해놓은 ‘인사 데이터베이스’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중앙 행정부처 전체 인사를 총괄하는 ‘중앙인사위원회’가 인사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중앙인사위원회가 행정안전부로 흡수되었지만, 청와대는 인사 선별 과정에서 여전히 행안부 내 인사 DB를 활용했다. 방대한 DB에서 인사 후보자를 추려내고, 이를 민정수석 단계에서 검증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최소한 이명박 정권까지는 유지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수첩 인사’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 방대한 인사 DB가 어느 정도 활용되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 없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거 정부의 인사 시스템은 그만큼 정보가 사전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추천과 검증 자체는 상대적으로 탄탄하게 이뤄진다. 반면 ‘밀봉 인사’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시스템은 정반대다. 보안에는 효율적이지만, 추천과 검증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폐쇄적인 시스템인 만큼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깜깜이 인사’의 부작용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다. 지난해 3월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는 내정 발표가 난 3월15일 오후 2시 무렵에야 청와대로부터 인사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발표 전날 오후 5시에 연락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황 후보자는 내정된 지 3일 만에 주식 백지신탁 문제로 사퇴했고, 한 후보자도 종합소득세 탈루 문제로 낙마했다.

[출처] 시사IN(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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