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벨튀를 했다?

10대 사이에서 ‘벨튀(이웃집 벨 누르고 도망치기)’가 유행이다. 장난으로 여기기엔 도가 지나치다. 벨을 누르고 문을 야구배트로 치는가 하면,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랑삼아 올리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택튀(택시비 안 내고 도망치기)’, ‘욕튀(욕하고 도망치기)’ 등 범죄 수준에 이르는 장난도 횡행한다. 아이가 이런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왜 아이들은 벨를 할까?

사춘기 특성상 10대는 친구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지어 행동한다. 그래서 벨튀 같은 심한 장난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거나 주목받는다는 이유로 동조한다. 또한사춘기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영웅심리’가 강하게 나타난다. 장난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랑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뇌 발달 측면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춘기 뇌는 리모델링을 거치며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못한다. 이때 호르몬 변화도 커지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보다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이런 장난은 주로 남자아이들이 저지르는데, 사춘기 남자아이는 공격성과 위험한 행동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YES or NO? 심한 장난 대처법

X 피해자 앞에서 아이를 꾸짖는다?
피해자를 통해 아이가 심한 장난을 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순간 위기를 모면하려고 피해자 앞에서 아이를 야단치고 사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춘기 아이는 감정적이어서 남 앞에서 혼나면 자존심이 상해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부모에 대한원망이 커진다. 이땐 피해자에게 ‘아이 이야기를 들어 상황을 파악한 다음 찾아뵙겠다’고 양해를 구한 다음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다.
plus info 부모의 감정 조절이 중요해요 피해자보다 부모가 더 화가 나서 분노를 표출하거나 모진 체벌을 하면 아이는 부모의 태도에 반항심을 갖는다. 부모자녀 관계가 손
상됨은 물론이다. 아이를 타이를 땐 ‘훈계하는 목표’를 먼저 생각하자. 목표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그러
려면 아이를 무조건 꾸짖기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 물론 부모가 화난 감정을 조절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땐 심호흡을 하거나 방에 들어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면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다.

O 아이의 변명을 들어준다?
아이가 합당하게 잘못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엄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우선 피해자에게 입장을 들은 다음,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 상
황을 파악한다. 이때 ‘엄마는 너를 믿어’, ‘네가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같은 식으로 말하면 아이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데 방해가 되므로 주의한다. “엄마는 지금 누구 편을 들어주는 것보다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해. 그래야 너를 도울 수 있어.”라고 말한다.

X 엄마가 대신 사과한다?
아이가 명백히 잘못을 저질렀음을 확인하면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다음 순서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사과할 때 ‘아직 아이가 어려서…’, ‘엄마가 사과할 테니 다음부터는
조심해’라며 부모가 먼저 나서는 것은 금물. 아이가 직접 사과해야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낀다. 엄마는 아이를 주의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
어나지 않도록 지도하겠다고 약속한다.

O 장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사춘기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행동의 심각성을 설명해 주어야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
지 않는다. 아이는 ‘벨튀’나 ‘욕튀’ 등을 웃고 넘기는 장난이라고 여기기 쉽다. 부모 역시 자신이 어릴 적 벨 누르고 도망가던 기억을 떠올려 가벼운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은 엄연히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폭력’이다. 대상만 다를 뿐, 이 같은 식으로 친구에게 심한 장난을 할 경우 ‘학
교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X 아이 친구들을 모아 타이른다?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장난쳤을 때, 친구들을 모아서 직접 타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고자질쟁이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 친구 부모
에게 연락하는 방법이 나은데, 자칫 서로 상대방 아이 탓을 하다가 감정이 상하거나 오해가 쌓일 수 있으니 주의한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각자 훈육하자’고 협의하는 정도가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