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세요, 아트씨~" ㅡ가족의 힘 / 백인교, 아트씨컴퍼니 공동대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아트씨들이 있다.
이 둘은 남매이다.
서로 생각하는 것과 성향 자체는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둘이다. 순조롭지만 순조롭지 않았던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남매가 겁 없이 갤러리와 카페를 하겠다고 나섰다. 콧대 높은 갤러리들이 대중과 만나기 위해 갤러리를 카페로 들이는 시도는 이제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한데 그간의 갤러리 카페는 카페처럼 편안하기보다는 갤러리처럼 도도해 보이는 곳이 많았다.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호응을 얻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학시절 동생(백인후 공동대표)이 1년 동안 나와 함께 생활하며 이런 것이 예술가의 삶이라면 자신은 미술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안고 누나 곁으로 온 동생의 순수한 열정과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처절한 현실의 몸부림들이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원 시절을 보낼 때, 동생은 생활에 있어서나 작업에 있어 항상 숨은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내가 작업하는 모든 곳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묵묵히 도우미 역할을 해주었다. 순수하게 예술에 대해 비평하고 고민하던 순간들이었다. 또, 그 시절 동생과 참 많은 곳을 여행했다. 둘이 차를 빌려 여행을 다니면서 참 많은 갤러리들과 작업실, 또 대자연을 만나며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시간 속에서, 아티스트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녹녹지 않음을 느꼈던 것일까. 한국에 온 후에도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하고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나의 열정과, 미술뿐 아니라 디제잉과 다양한 재주로 혈기왕성한 동생의 열정을 표출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무모함이 제일 현명한 길이 될 수 있다고 했던가!
 
설치 작가이기도 한 나와 미술공부를 하고 있는 동생은
 “젊은 작가와 디자이너에게 대중과 친해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보자”는 원대한 책임감(?)을 갖고 ‘ARTC-company’를 만들고,‘아트씨-아틀리에 카페’와 ‘아트씨-팝업갤러리’로 꾸몄다.
우리의 작가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계발된 곳이 바로 부모님이 운영하던 유치원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서면 ‘누구나 예술가(아트씨)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남매의 적극적인 구애로 부모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공간을 허락해주셨다. 지금 아트씨가 있는 자리는 부모님께서 28년 동안 교육자의 길로 지켜 오신 자리이다.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들과 딸 모두 예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 가족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찾아와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믿음을 갖는다면, 훗날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우리 남매가 걸어가는 길을 항상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열심히 응원해주는 부모님 덕분에 우리는 늘 든든하다.
 많은 분들이 왜 ‘아트씨(ARTC)’인가를 물어보시곤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부를 때 00씨라고 부르듯 아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의인화하여 아트씨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 공간, 이 프로젝트 안에서 우리 모두는 아트씨인 셈이다. 아트씨 안에서 우리는 커피 향에 취하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수다에 한 번 더 취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은 게으른 예술가들의 아트씨를 소개한다. 아트씨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서 지친 예술가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아트씨 프로젝트로 뭉쳐진 나와 동생은 매우 다른 성향을 지녔다. 무턱대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누나와 그 뒤에서 꼼꼼히 계획하고 구상하는 동생. 하지만 이러한 정 반대의 성향이 우리를 더욱 하나로 만들어주는 힘이 되곤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거창한 방향성은 없다.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처럼 하나하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닌 삶의 일부라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또한, 항상 도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함께 가지고 손을 내밀고 싶다. 앞으로도 아트씨가 바쁘고 지친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주고 싶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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