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기억력 약화된다고? 천만에!

기분 조절 기능, 학습, 그리고 새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하는 신경 생성률 크게 높여
 

운동은 몸과 뇌에 모두 좋다.
 
성인이 되면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은 되살리기 어렵다. 과학계 일각에선 ‘신경 생성(neurogenesis)’이란 과정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뇌에서 새로운 신경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이 묻힌다는 가설이다. 운동이 신경 생성을 촉진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이 기억 감퇴로 이어진다는 그 놀라운 주장이 2014년 연구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 텍사스 A&M 의과대학 팀은 그 연구를 재연함으로써 그 결과가 잘못됐거나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2014년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했다. 거기서 전문가의 직관에 어긋난 결론이 도출됐다. 그동안 운동이 인지 기능에 좋다는 것이 여러 사례에서 입증됐지만 이 연구는 운동이 기억 감퇴와 관련 있다고 결론지었다.
 
텍사스 A&M 의과대학의 아쇼크 K 셰티 교수는 2014년 연구를 두고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신경 생성 분야에 충격을 안겨준 가설이 나왔다”고 말했다. “절차와 과정이 흠 잡을 데 없는 연구라 운동이 기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다.”
 
운동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뇌가 기억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저장하는지 알아야 한다. 학습과 기억, 기분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생성되면서 그 모든 것이 시작된다.
 
2014년 연구를 이끈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 신경생물학연구소의 캐서린 애커스는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뒤 뉴욕타임스 신문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 기존의 신경회로와 통합될 때 이전에 존재했던 연결망이 달라진다”며 “그런 연결망의 변화가 기존의 기억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배꼽 아래 있는 ‘제2의 뇌 – 장신경계는 독자적으로 기능하며 소화기관 제어만이 아니라 기분과 행동까지 조절해


장신경계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해 ‘제2의 뇌’로 불린다(왼쪽). 생후 4일이 지난 생쥐의 장신경계를 보여주는 이미지.
 
뇌는 우리 몸의 모든 기능과 사고, 반사 반응을 조절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하지만 우리 머리에 있는 ‘뇌’ 외에 우리 뱃속에 ‘제2의 뇌’도 있을지 모른다.
 
과학 유튜브 채널 ‘ASAP 사이언스’에 최근 게재된 동영상은 소화기관에 있는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장신경계는 식도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를 제어하며 뇌로부터 완전히 단절됐을 때도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아울러 장신경계는 소화기관을 제어할 뿐 아니라 우리의 기분과 행동에도 놀라운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장내 세균은 쾌락과 행복감에 관련된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인 도파민의 절반과 세로토닌의 90%를 만들어낸다. 더구나 장내 세균은 특정 종류의 음식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뇌에 직접 보낼 수도 있다.
 
장-뇌 관계 전문가로 유명한 에머런 메이어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 심리학·생리행동학 교수는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장신경계는 소화기관에 받아들인 음식물을 소화해 찌꺼기를 배출하는 기능 외에도 많은 일을 해내는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ASAP 사이언스에 따르면 인간이 진화하는 동안 뇌와 장 사이의 직통 통신회로로 장신경계가 발달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장내 세균은 우리의 식욕을 조절할 뿐 아니라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ASAP 사이언스에 따르면 유익균이 가득한 요구르트를 먹으면 우울한 기분과 불안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아울러 장내에 유익한 박테리아가 많으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용서하는 마음과 상냥하고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례도 있다.
– 데이나 더비 뉴스위크 기자
 
반면 미국 텍사스 A&M 의과대학의 셰티 교수가 이끄는 팀은 생쥐 대신 일반 쥐를 사용해 그 연구를 재연했다. 생쥐를 일반 쥐로 대체했다는 사실이 사소해 보이지만 일반 쥐는 생쥐에 비해 생리적으로 인간과 더 많이 닮았으며 특히 신경 연결망이 비슷하다. 이 새 연구에선 쥐에게 운동을 시켜도 기억 손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로 미국 재생의학연구소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인 마히다르 코달리는 “우린 2014년 연구와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4일 동안 훈련시켰다. 훈련 받은 쥐의 절반은 쳇바퀴를 이용해 운동을 시켰고 나머지 절반은 대조군으로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쳇바퀴에서 운동한 쥐는 4주 동안 평균 77㎞를 달린 결과 운동을 하지 않은 쥐보다 신경 생성이 훨씬 활발했다. 그런데도 기억 수준은 운동한 쥐와 운동하지 않은 쥐가 비슷했다.
 
코달리 연구원은 “운동이 해마에서 신경 생성률을 크게 높인다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신경 생성은 평상적인 기분 조절 기능을 유지할 뿐 아니라 학습과 새로운 기억 형성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셰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덤으로 얻은 교훈은 운동이 몸과 뇌에 전부 좋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기억 감퇴에 어떤 요인이 관련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코달리 연구원은 “이 현상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쥐 외에 다른 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수스미타 바랄 아이비타임즈 기자

[출처] 뉴스위크 Newsweek(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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