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능력은 ‘질병’에서 나왔다?

뉴턴의 자폐증, 베토벤의 조울증이 뛰어난 업적 남기는 계기 됐을 수도

 
아인슈타인(왼쪽)과 뉴턴은 아스페르거 증후군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에서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은 생전의 업적과 과학·문화에 대한 기여로 교과서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겠지만 그들 중 일부의 이야기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그들의 생애를 조사해 보면 몇몇은 정신분열증(조현병)이나 아스페르거 증후군(자폐증의 일종) 같은 질병으로 고통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장애 때문에 그들이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일부 역사적 인물은 사후에 특정 질병을 앓았다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 ‘진단’은 거의 추측에 불과하다. 충분한 의학적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오래 전의 기록이나 당대의 일화, 목격자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던 시대엔 사람들이 모르는 질병이 많아 공식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의 역사적 인물들은 현대 들어 과학계가 대부분 동의하고 인정하는 질병을 앓았다.
 
앨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 아이작 뉴턴(1642∼1727)
 
뛰어난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과 뉴턴은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보인 것으로 종종 묘사됐다. 자폐증 중에서도 특히 아스페르거 증후군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이 앓았던 질병에 관해 발표된 가장 중요한 논문은 2003년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과학자들이 실시한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그들은 그 두 인물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아스페르거 증후군의 세 가지 증상을 보였다고 결론지었다. 강박적인 관심, 의사소통의 어려움, 사회적 교류와 대인관계의 미숙함이다.
 
영국 자폐증학회는 아스페르거 증후군을 “평생 나타나는 발달장애로 주변 인식과 대인관계에 지장을 주는 질병”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인 자폐 증상과 달리 아스페르거 환자는 전반적인 학습 장애는 없지만 몇 가지 특정 학습엔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말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알아듣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03년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는 아스페르거 증후군의 마지막 증상과 일치하는 요소를 확인했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포함해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 실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그들은 친구가 거의 없었다. 뉴턴은 말을 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아인슈타인은 한 말을 반복하거나 혼동해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44)


카이사르는 간질이나 뇌졸중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고대 로마 황제까지 오른 카이사르에 관해선 기원전임에도 동시대 사람들이 쓴 글이 많다. 일부는 그가 암살되기 몇 년 전부터 기이한 질병을 앓았다고 적었다. 그 결과 몸이 허약해져 어떤 경우엔 전투에 참가할 수도 없었다.
 
고대 역사가들은 간질과 관련된 그의 여러 증상을 묘사했다. 아피우스에 따르면 카이사르는 자주 ‘경련’에 시달렸다. 카이사르에 관해 가장 많은 글을 남긴 플루타르코스는 그가 기원전 46년 코르도바 전투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적었다. 또 수에토니우스는 그의 잦은 ‘실신’에 관해 썼다. 이 모든 묘사는 간질(뇌전증)을 가리키는 듯하다.
그런 기록에 근거해 현대 과학자들은 카이사르가 최소 4차례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고 추정한다. 키케로의 연설을 듣던 중, 원로원에서 황제로 추대될 때, 그리고 타프수스 전투와 코르도바 전투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학술지 ‘신경의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간질 외 다른 병도 있었을 수 있다. 연구팀은 카이사르가 말년에 여러 차례의 경미한 ‘뇌졸중’을 겪었고 그 결과 몸과 정신에 손상을 입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잔 다르크(1412~1431)

잔 다르크도 간질이나 정신분열증을 앓았을 수 있다.

잔 다르크는 유럽 중세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신과 천사를 직접 봤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고 결국 그 때문에 마녀로 몰려 화형 당했다.
 
현대 과학자들의 유망한 가설은 잔 다르크가 카이사르처럼 간질 발작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 발작은 때로 환영과 환청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학술지 ‘뇌전증과 행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잔 다르크는 청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영향을 주는 간질을 앓았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 용어로 ‘청각과 관련된 특발성 부분간질(IPEAF)’이라고 부른다. 그녀가 주로 종소리가 울릴 때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진단과 일치한다. 특정 소리로 발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는 그녀가 정신분열증을 앓았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정신분열증 또는 조현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환영과 환청, 망상, 정신적 혼란이며 그로 인해 위험하거나 기이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분열증이 잔 다르크의 환영과 환청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1770~1827)

베토벤은 양극성 장애로 인해 창의력이 극대화했을지 모른다.

역대 가장 유명한 음악가 중 한 명인 베토벤은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들을 남겼지만 28세에 청각을 잃어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듣지 못해 극심한 좌절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학술지 뉴잉글랜드 메디컬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베토벤이 평생 앓았던 다른 여러 만성 질병을 지적했다. 청각 상실은 그가 겪은 수많은 건강 문제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베토벤은 특히 중증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술에 의존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그의 놀라운 창의력이 우울증보다는 조울증으로 발산된 에너지와 추진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극심한 조증과 울증을 반복적으로 앓았다. 울증이 심할 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행복감이 충만한 상태에선 창의력이 넘쳐 여러 작품을 동시에 작곡할 수도 있었다.
 
– 레아 수루그 아이비타임즈 기자

[출처] 뉴스위크 Newsweek(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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