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 소개된 사연 책으로 엮어…공감과 위로의 힘 담아 잔잔한 반향

김제동 씨는 방송을 시청하지 못했다면 ‘걱정말아요! 그대’를 읽으면서 자기 느낌을 끄적여보라고 제안한다.
“부모들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자식이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잡으면 좋겠지요. 제가 내년이면 일흔이라 많이 겪고, 많이 봤어요. 자식들은 절대 부모 마음대로 안 됩니다. 자기가 알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부모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하는 건 절대로 안 돼요. 그런데도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게 만들었다? 그 아이는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너무 높아요. 그냥 저녁때마다 한 번 안아주는 거, 그거나 해요.”-청중
“오늘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 분이 다 해주셨습니다.”-김제동
JTBC엔 요상한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얼핏 보면 흔하디 흔한 토크쇼다. 중심을 잡는 메인 MC가 있고, (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으로 구성된) 게스트와 패널이 보조하는 구조다. 청중의 사연에서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요즘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확연히 다른 게 있다. 단순히 사연을 듣고 패널이 해설하는 토크쇼가 아니다. 결론을 내지 않는다. 억지로 답을 주려 하지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딱히 할 말이 없을 땐 그냥 웃고 넘긴다. 대화 그 자체다. 친구와의 술자리, 가족 간의 밥상머리 대화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자, 오늘 겪은 너와 나의 이야기다. 성공했다는 사람, 인기 있는 사람 몇몇을 모아 놓고 조언하는 형식이었다면 아마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대중의 관심을 끌진 못했을 거다. 월요일을 준비해야 할 직장인이 일찍 잠자리에 들 일요일 밤 11시 방송, 비지상파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3%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다. 이름엔 김제동이 들어가지만 이 프로그램은 2MC 체제다. 김제동과 청중.
그간 ‘김제동의 톡투유’에 소개된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 ‘걱정 말아요! 그대’가 출간됐다. 제작진이 첫 회부터 25회까지 방송된 내용과 미처 전파를 타지 못한 사연까지 샅샅이 뒤져 독자들과 나누고픈 뭉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별했다. 청중이 스케치북에 썼던 재미있는 답변, MC와 패널이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요청하며 털어 놓은 솔직한 이야기도 담았다. 여기에 그림으로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버닝피치의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책 읽는 맛을 더한다. 지난 5월 4일 방송 1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김제동과 이민수 PD를 만났다.
파일럿으로 출발해 정규 편성됐고 1년이 지났다. 소감이 어떤가?
김제동: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재미만큼은 자신 있다고 얘기했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재미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만큼 생생하기 때문이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1년 간 주춧돌을 잘 놓았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즐기면 될 것 같다.
‘김제동의 톡투유’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나?
이민수: 답보다 질문이 많은 유일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을 물어보고, ‘왜’ 그러냐고 또 묻는다. 평소 김제동씨가 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공감하는 게 ‘일상을 하찮게 여기지 말자’는 거다. 일상 자체가 인생이고 드라마인데 우리는 자꾸 특별하고 새로운 이벤트를 좇으려는 경향이 있다. 보통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과 마음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토크쇼지만 다큐멘터리의 매력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 PD는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김제동: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청중의 발언 비중이 높다. 어찌 보면 방청객(傍聽客)인 동시에 방화객(傍話客)이다. 검증이 안 된 사람에게 마이크를 맡기는 것이니 제작진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버틴다. 그 불안을 견디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침묵까지도 그대로 살린다. 3초만 침묵이 흘러도 방송사고라는데 여기선 아니다. 사실 그 침묵 뒤에 나오는 한마디가 진짜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나눠져 있지 않은 것도 보통의 강연·토크쇼와 다른 점이다.

걱정말아요! 그대 |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팀 지음 | 중앙북스 펴냄 | 1만3800원
책을 펴냈는데.
김제동: 사람의 마음은 다 다르다. 그러나 어딘가 만나는 지점이 있더라. 그 만남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수돗물을 틀면 물이 나오지만 우물을 직접 길어 올리는 맛이랄까? 조금 느리지만 몸으로 느끼는 그 맛이 분명히 있다. 방송을 시청하지 못했다면 책을 읽으면서 자기 느낌을 끄적여보는 것도 좋겠다. 마음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인기가 높아져 부담도 커졌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민수: 방송을 하면서 얼마 못 가 주제가 바닥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아무 주제나 던져도 이야깃거리는 계속 쏟아지더라. 궁극적으로 못 다룰 얘기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독특한 주제로 접근해볼까 한다. 포맷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다. 400~500명의 일반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훼손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가며 신입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
잘 듣는 방법이 따로 있나?
김제동: 개인적인 경험으론 듣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다 들으면서 자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의 말이 끝났다는 판단이 들 때, 두세 박자 기다리면 된다. 그게 제일 좋은 연습이 아닐까?
김제동의 톡투유’에 담긴 이야기가 가진 힘은 사실 행간에 담긴 ‘들어주는 행위’ 또는 ‘속마음을 꺼내기까지의 침묵을 기다려주는 시간’이다. 평범한 단어로 진심을 전할 줄 아는 출연진과 “연예인이 가까이 오면 좀 쳐다봐요!”라는 김제동의 핀잔에도 주눅 들지 않는 청중은 그렇게 꾸밈없는 웃음을 나눈다. 책에서 대화체로 구현된 그들의 이야기 속에선 말의 힘과 글의 힘이 동시에 느껴진다. 1장 ‘며칠째 웃지 않는 당신에게’에서는 청춘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2장 ‘내내 어여쁜 당신에게’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3장 ‘취한 배 위의 당신에게’에는 돈과 경쟁이 짓눌린 슬픈 사회의 자화상을, 4장 ‘내가 곁에 있어 줄게요’에는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김제동의 톡투유’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건 지금 우리가 공감과 위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잘 보여준다. 퍽퍽한 삶에 대한 불만과 이유 모를 공격성.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극단의 이기심이 지금 이 땅을 ‘분노사회’로 만들고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눈을 마주치고 들으려는 습관이,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는 작은 선의가 어쩌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최선의 묘수인지도 모른다. 책을 보면 좋고, 방송과 함께 보면 더욱 좋다. 손석희 JTBC 사장은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당신의 이야기가 대본입니다’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라는 것을 매회 시청하는 분들은 안다. 청중이 주는 웃음과 눈물은 ‘김제동의 톡투유’가 존재하는 이유다. 아니, 사실은 나는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눈빛을 더 좋아한다. 화면에 비친 그들의 눈빛은 참으로 맑다. 타인의 삶까지도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는 그들의 선한 눈빛을 담아내는 건 아무 프로그램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장원석 기자

[출처] 뉴스위크 Newsweek(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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